김하영展 / KIMHAYOUNG / 金夏榮 / painting 2011_0224 ▶ 2011_0331 / 일~화요일 휴관

 

김하영_Only a Little Push_캔버스지, 드래프트 필름에 아크릴채색_96×75cm_2011

 

초대일시 / 2011_02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화요일 휴관

43 Inverness Street 43 Inverness Street London NW1 7HB, UK www.43inverness-street.com

 

런던 캠든타운에 위치한 빅토리안 하우스 갤러리 43 Inverness Street에서는 개관 두번째 전시로 런던 거주 김하영 작가의 충동적이고 현란한 문화의 양상속에서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현대인의 인간성 상실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 김하영의 작품은 원색적인 대담한 색감으로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기에 멈추지 않는 흐름같은 제스쳐적인 붓질의 유동성(Fluidity)과 뒤틀리고 쏟아지고 흘러 넘치는 듯한 역동성이 화면을 채운다. 그의 그림은 '과잉(Excess)'이다. 득실득실하게 꼬여 있는 창자이고, 꾸역꾸역 쳐먹거나 울컥울컥 토해내고, 한데 엉긴 뭉치이고, 질질 흘러 넘치거나 캔버스를 뒤덮으며 번져있는 희뿌연 채액이다.

 

김하영_Eat In and Out_폴리에스터에 아크릴채색_40×40cm_2011

 

그가 쓰는 색깔은 과장되고 인공적인 색차트 같다. 그러면서도 이 색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단청의 색이나 무속에서 볼 수있는 색색의 띠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원색적인 색깔들이 과잉으로 쏟아진다. 이 과잉은 George Bataille의 「Visions of Excess」를 연상시키면서도 눈을 돌리기엔 너무나 알록달록 이쁘다. 유혹적이다. 갖고싶다. 소비하고 싶다. 김하영의 작업은 이쁜 색깔의 불량 캔디 가게에 들어선 듯 현란한 '과잉의 비젼'이면서 상업적인 느낌을 노골적으로 불러 일으킨다.

 

김하영_Diagnosis_폴리에스터에 아크릴채색_40×40cm_2011

 

김하영의 작업에서는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캐릭터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의 특성, 외모, 성격, 취향같은 특정의 면을 강조한 인공적인 피조물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인간이 이 캐릭터에 취미로 감정 이입을 하는 단계를 벗어나 그 캐릭터와 관계를 갖고('오타쿠 현상')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더 나가서는 인간이 캐릭터를 연기한다 (perform). 지금은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발달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 작용이 현저히 줄어 들고 페이스 북, 트위터 등의 가상 공간에서 각자가 원하는 이미지로서의 자신을 '연기'하는 삶이 더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세대이다. 캐릭터가 인간의 특정면이나 이미지를 상징한다기 보단 인간이 '캐릭터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가정일까? ● 로봇같이 기계적인 느낌을 가진, 빈 용기 같이 사물화된(Objectified) 여자 아이들의 얼굴도 그가 자주 쓰는 캐릭터이다. 이 얼굴들은 비인격화되고 물성화된, 특정 이미지에 따라 사회적으로 분류되는 여성의 사물성을 나타낸다. 그들은 외부의 자극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험실의 쥐같은 수동적인 존재들이다. 머리 스타일이 변하고 얼굴의 색이 달라지면 다른 캐릭터를 퍼폼(perform)하는 것이다. 끝없이 변화하고 아이덴터티를 바꾸는 디자인 세대의 산물들이다. 무엇으로라도 채워질 수 있고 패션과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신할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이미지의 도구같은 이 소녀들은 공허감과 무기력감에 억눌린 동시대인들의 자화상 같다.

 

김하영_Lying to Myself_폴리에스터에 아크릴채색_30×42cm_2010

 

김하영_Guinea Pig_폴리에스터에 아크릴채색_40×40cm_2011

 

또 하나 김하영의 작업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은 '펀치'이다. 파이프 같기도 하고 몽둥이나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펀치들이 부드러운 면을 공격한다. 푹신한 쿠션 또는 자궁의 벽같은 표면을 치고 구멍 안으로 파고 들며 들이민다. 이런 공격성과 폭력성이 귀여운 캐릭터나 알록달록한 색깔과 대비되어 혼란스럽고 기괴한 느낌을 준다. 익숙하고 귀여운 인형에게서 느끼는 낯설고 섬찟한 느낌(Uncanny), 알록달록한 실뭉치가 어느 순간 신경근육이 얼키고 설킨 얼굴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내재된 폭력성이 김 하영의 작품에 긴장감을 준다.

 

김하영_Punch Punch Punch!!!_폴리에스터에 아크릴채색_91×60cm

 

김하영_Mop_폴리에스터에 아크릴채색_40×40cm_2011

 

김하영의 시선을 이런 문화 양상의 방관자로서의 비판적인 차가움이라고만 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다. 다이내믹한 색감과 화면 구성에 복제된 듯 비개성적인 존재들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데서 오는 과잉감과 빈 용기같은 얼굴의 비존재감(non-Existency, Vacancy)의 공존이 역설적으로 가까운 미래, 아니 현재에 이미 시작된 인간성의 상실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것이 김하영 작업의 매력이다. ● "아바타화된 인간성, 디지털화된 감정을 느끼는 장기를 가지고 있는 아바타, 화학 반응으로 일어나는 감정의 몸속안 풍경, 복제된 소녀들, 사물성, 수많은 복제된 아이덴터티, 캐릭터 없는 캐릭터들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종종 배경에 쓰는 표현적인 색들과 제스쳐는 감정을 표현합니다. 감정이 몸 속 안에서 일어나는 장기와 호르몬의 화학 작용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색들을 섞어 그 효과를 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의 형상들은 2차원적인 납작한, 정보를 답고 있지 않아 더욱 더 얇고 개념적으로 평평한 인간 이미지(마치 유령과도 같은)를 그려 넣었습니다."(김하영) ● 김하영은 물감을 흩뿌린후 캐릭터를 그리거나 캐릭터를 그린후 제스처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감정의 분출과 변화를 보여준다. 흩어진 알약들, 구불구불 쏟아지듯 널린 창자들, 음식물, 체액과 소용돌이치는 듯한 물줄기들의 지배를 받는 그녀들의 감정의 표현은 그대로 머무를 줄 모르는, 끝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역동성과 비판 없이 새것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현대의 '이미지 소비자(Image Consumer)'들의 딜레마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듯 하다. 김하영은 43 Inverness Street에 순진하고 백지같은 소녀의 얼굴들과 캐릭터들을 침식시킬듯이 난잡하고 대담하게 흐트러지는 육감적인 표현법을 이용하여 속도감 있는 시각의 잔치를 차렸다. ■ 이정은

 

Vol.20110206e | 김하영展 / KIMHAYOUNG / 金夏榮 / painting

 

 

BACK